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이어 호주 총선에도 의도치 않게 진보 정당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를 반사이익으로 진보 정당들이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5월 1일, 로이터통신은 호주 총선과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이 승기를 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레드브릿지 엑센트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의 지지율은 53%로,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당 연합보다 6%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노동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거나 일부 무소속 의원과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유거브(YouGov) 역시 노동당이 하원 151석 중 최대 8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단독 과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사실 노동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야당 연합에 비해 지지율이 4~7%가량 뒤처져 있었습니다. 물가 상승과 집값 폭등 등으로 인해 민심이 이반된 상황이었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이 구도를 뒤바꿔 놓았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의 주요 수출품인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10%의 상호관세까지 매기면서 호주 경제에 부담을 주자, 국민 사이에서 반트럼프 정서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레드브릿지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8%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우려 요소로 꼽았습니다. 또한 MZ세대 유권자들 중 5명 중 1명이 기존에 지지하던 정당을 바꿨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의 표심 이동이 노동당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야당의 지도자 피터 더튼 역시 트럼프식 정치 전략을 차용하려다 역풍을 맞았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를 본떠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유사한 슬로건을 사용했으며, 미국의 정부조직인 정부효율부(DOGE)를 따라한 공약까지 내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더튼이 트럼프의 극우적 정치 이념을 그대로 수입했다고 비판하며 공세를 펼쳤고, 이러한 전략은 유권자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호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4월 28일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진보 성향의 자유당이 승리하며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마크 카니 신임 총리는 보수당에 밀리던 지지율을 반전시키며 선거에서 승리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함께 ‘애국심’을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캐나다의 사례가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평하며, 반트럼프 정서가 보편적인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짚었습니다.
한편, 캐나다 총리실은 지난달 29일 발표를 통해 “캐나다와 미국은 독립적이고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으며, 가까운 미래에 직접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무역 협의를 위해 1주일 이내 또는 그보다 빠르게 백악관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최근 호주와 캐나다에서 연이어 나타나는 정치적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본국뿐만 아니라 해외 정치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 영향이 역설적으로 진보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앞으로 이와 같은 현상이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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