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 ICC 체포 영장 집행…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

필리핀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을 11일 체포했습니다.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 전 대통령,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

필리핀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홍콩 방문을 마치고 이날 마닐라 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순간 필리핀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대통령실은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구금 상태이며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ICC, 인터폴 통해 체포 영장 발부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벌어진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대규모 인권 침해 및 살상 행위를 조사해 왔으며, 인터폴을 통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아 체포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약과의 전쟁'과 ICC 조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 강경한 마약 단속 정책을 펼쳤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과정에서 6,2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ICC는 실제 사망자 수가 1만2천~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ICC가 2018년 예비 조사를 착수하자, 필리핀은 이에 반발하며 ICC에서 탈퇴했습니다. 이후 ICC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자 필리핀 정부는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주장하며 조사 유예를 요청했지만, ICC는 필리핀 정부의 조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조사를 재개했습니다.

마르코스 정부, ICC 협조 의사 밝혀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초기에는 ICC 조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후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간의 정치적 관계가 악화되면서 마르코스 정부는 ICC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이번 체포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체포가 필리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통해 국가의 치안을 강화하려 했던 점을 고려하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책이 전적으로 잘못되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