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인을 꼽으라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1세(1769~1821)를 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령 코르시카섬 출신인 나폴레옹은 1804년 황제에 즉위한 후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남긴 나폴레옹은 유럽 정복에 나서 총 86번 전쟁을 치렀고, 그중 77차례나 승리하였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재위 기간 동안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프랑스인은 최대 6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유럽 각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나폴레옹에게는 ‘전쟁광’, ‘독재자’, ‘제국주의자’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따라다니는데,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실패는 러시아 원정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유럽 국가들에 대륙봉쇄령을 내렸지만, 이를 어긴 러시아를 응징하고자 1812년 6월 24일 60만 대군을 이끌고 정벌에 나섰습니다. 프랑스군은 모스크바까지 점령했지만, 러시아군의 청야 전술과 혹독한 추위로 인해 대패하였고, 나폴레옹은 겨우 3만 명의 병사와 함께 퇴각해야 했습니다. 이후 그는 참패 후유증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월 6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유럽 자강론’을 주창하자, 러시아가 이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나폴레옹의 최후를 잊은 채, 여전히 나폴레옹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3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나폴레옹이 당시 정복 전쟁을 벌였고, 지금 그런 제국주의적 행보를 보이는 국가는 러시아뿐”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반박했습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향후 수년간 러시아는 프랑스와 유럽에 위협이 될 것이므로 이 위험의 세계에서 구경꾼으로 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핵 공유 제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유럽 지도자 중 한 명은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입니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프랑스는 현재 핵미사일을 장착한 라팔 전투기를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프랑스는 2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착수하였습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3월 6일 특별정상회의에서 안보 독립과 국방 예산 확대를 위해 8000억 유로(약 1266조 8000억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EU는 회원국들이 국방예산을 증액할 경우 기존 재정 준칙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자체 예산 1500억 유로(약 237조 5000억 원)를 저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럽이 자체적인 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미국 도움 없이 자력으로 방어할 수 있기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미국 지원 없이 전력을 갖추려면 유럽 국가들이 GDP의 4%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럽이 미국의 지원 없이 독자적인 안보 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핵 공유 제안과 EU의 대규모 국방 예산 확충 결정은 향후 유럽 안보 정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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